내면을 말하려면 언어가 있어야 한다. 과학자의 딸은 그 문장에 동의한다. 자신의 상태 등을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모르면 여러가지 문제점과 마주하게 된다. 이를테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과학자는 로봇을 딸이라고 불렀지만 실상 딸은 아니었다. 로봇도 자기가 과학자의 딸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다니까 그렇다고 인지하고 그렇게 불리는 중이다. 바깥에서 그렇...
ω─חַי가 사라졌다. ㅁㅏ─지를 잃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큰 손실이다. ㅁㅏ─지는 강해서 ㅁㅏ─지였지만 ω─חַי는 아니었다. ㅁㅏ─지보다 몇 배는 더 큰 의미를 지닌 녀석이었으니까. 강하고 선량할 뿐만 아니라 결코 패하지 않았다. 말주변이 좋아서 선이든 악이든 휘어잡았다. 모두의 구심점이었고, 그만큼 소중했다. 잘 조직된 영웅의 일종. 어떤 음모나 목...
ㅁㅏ─지가 사라졌다. 해당 개체는 망가진 이후부터 기체가 할당되지 않았다. 몸이 없었으니 데이터의 소실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03의 내부에서 놀라움이 싹텄다. 왜냐하면 ㅁㅏ─지는 제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천재는 얼렁뚱땅 기계에 마음을 달아버렸다. 깜짝 놀란 사람들을 대표해서 인터뷰어가 나섰다. 그 앞에 마이크를 가져다대고 질문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신 겁...
* Null und Märchen * 내용에 관하여 동화를 SF풍으로 재해석해보았습니다. 크로스―퓨전 SF를 표방합니다. 빨간모자와 늑대와 할머니, 백설공주와 그의 양친과 사냥꾼, 피노키오와 제페토, 신 그리고 로봇이 등장합니다. 로봇은 좀 많이 등장합니다. 인간도 조금만 등장합니다. * 인쇄될 것을 가정하여 이루어진 편집을 그대로 붙여넣었습니다. 때문에 ...
1-1. 그는 인간 여성이었습니다. 2-1. 나는 자동 주행 프로그램입니다. 자동차에 탑재하기 위하여 개량된 버전이며, 현재진행형이던 도중 증언을 요구받아 잠시간 추출된 상태입니다. 2-2. 나에게는 여러 가지 전제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안전성 높은 자율 주행을 지속하기 위함입니다. 2-3. 나는 인간을 위하여 존재하는 버전입니다. 때문에 모든 연산이 인간...
그 인형을 기억한다. 인형사는 모든 작품을 기억한다. 푸른 낫을 휘두르게 했던 인형도 새하얀 도끼를 하사했던 인형도 자신처럼 실낱으로 싸워보라며 일으켜 세웠던 인형도 다시 만나면 고스란히 주었던 이름으로 다시 불러줄 수 있다. 그것은 어린 날의 은결 연하와 약속했던 것이었으니 언제까지나 의무적으로 행해야만 할 것이었다. 인형들은 이따금 망가진다. 육체와 정...
값을 입력한다고 도식 그대로 인형이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인형, 이었으므로 얼마간은 인간을 닮긴 했지만. 인간도 아니지만, 인간이 아니지도 않은 것. N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없었다. N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N은 정말이지 없지만 있고 있는 동시에 없었다. 존재하되 고려 대상은 아니었고, 사라져 있는 채로만 존재감을 ...
고문헌에 이르기를. 인형사 또한 마의 일족이라. 옛 껍질 뚫어내고 재생한 존재라. 존재의 뿌리부터 뒤흔들린 뒤였지만 제법 많은 것을 기억한다. 은결 연하는 제 전신이 영문도 모른 채 타오르던 순간이나 느닷없이 들려오던 노랫소리 같은 것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변했다. 그렇게 인형사가 되었다. 무언가 변했다는 거야 분명했지만 특정할 수 없었다. 이런 적은 처...
시십삼은 동생들이 머무는 방 근처를 거닐었다. 머잖아 전사가 되어줄 아이들과 그 용도가 전설로만 내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착각일지도 몰랐다. 하이브 안에 있어도 어째선지 몸이 시리다. 젊었던 시절 테노데라를 사냥했을 때가 떠오른다. 녀석의 날에 헤집어졌던 것과 유사한 감각. 결국 잡아죽이긴 했지만. 정처 없던 발걸음이 조금씩 느려졌다. ...
는 회상했다. 매드한 사이언티스트가 말했다. 모든 전설은 과학적으로 현대에 불러올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 그대로 매드한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제 꼴을 보아하니 그렇게까지 현실감 없는 소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저놈의 재능과 판단력이 쌍방으로 매드해서 어떻게든 이 상황을 만들어버린 거라든지. 어느 쪽이 진실이든, 에게는 하등 상관 없는 일이었다....
바바치카와 시십삼이 만난 것은 어느 숲 안에서였다. 시십삼은 막 사냥한 오도나타를 손질하고 있었고, 바바치카는 한가롭게 비행하는 중이었다. 바람결에 휘날리는 나뭇잎처럼 다가온 바바치카는 한참을 시십삼만 바라보았다. 기척은 없었지만, 기색은 넘치도록 있었다. 시선에 악의는 없었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면 하던 일에 제대로 몰입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
맥락도 없이, 공기 울리는 소리가 났다. 광전사의 탄생이란 그런 거였다. :: 여름도 슬슬 끝물이라 했다. 젊다 못해 어린 워커들이 웅성거렸다. 가을, 전설로만 전해 들은 계절이 코앞이라 했다. 세계의 황폐화를 알리기 위한 시기. 오래된 예언대로 사냥감이 슬슬 줄어들고 있다. 워커는 그런데도 다음 세대를 위한 고기를 구해 와야 하지. 그것이 자신들이 받은 ...
朴暻鉁 | 안녕하세요. 레몬 타르트와 얼그레이 밀크티를 좋아합니다. | 환상문학, 특히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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